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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But Rich

화려한 궁전으로 유명한 전통적 불교국가, 태국

국왕이 제사를 지내는 왓 프라 깨우(Wat Phra Kaew)’사원, 에메랄드 사원으로 불린다.

 

수완나폼 국제공항의 변신

인천공항에서 6시간 비행하여 도착한 수완나폼 공항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출국장에서 낯선 AI 얼굴인식과 지문인식을 하고 잘 정비된 공항을 빠져나왔다. 예전에 방콕을 방문했을 때는 공항 근처에서 쇼핑도 하고 포장마차 음식도 즐겼기에 쉽게 호텔을 찾아가리라 생각했다. 그런 예상과는 달리 늦은 밤 공항 밖 풍경은 전혀 달랐다.

자만은 금물이다. 가만히 생각하니 방콕을 방문한 것이 1990년대 초이니 약30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옛날 생각만하고 자신감 하나로 출발한 여행은 도착하자마자 나에게 한방 먹였다. 세상 변하는 거 잘 알고 살라고 .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수완나폼 공항은 2006년 국제선으로 개항했고 과거 돈므앙 공항은 주로 국내선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우선 호텔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 당황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예약한 Eastin Grand Hotel을 일러주고 택시를 잡았다. 어느 나라나 비슷하지만 공항의 택시기사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캄캄하고 낯선 거리를 어찌나 난폭으로 운전하는지 시바도 긴장과 두려움이 얼굴에 가득했다. 호텔을 먼저 발견하고 손짓으로 here! here!를 외쳤지만 불친절한 기사는 한참 더 달린 후 좁은 골목길에 내려주고 훌쩍 떠나 버린다.

도착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호텔을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만으로 몇몇 늦게 도착한 외국인들과 함께 체크인을 마쳤다. 그러나 체크인 후 모든 걱정은 사라지고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깨끗한 로비와 친절한 호텔직원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망 좋은 방을 배정받고 시바에게 짐정리를 부탁하고 일단 호텔을 빠져나왔다.

여행에서 늘 그랬듯이 주변상황을 살펴보고 이웃과 친숙해지기 위해 24시 편의점에 들렀다. 한국의 편의점과 별반 다를 게 없는 편의점 이용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호텔이 지하철 수라삭역(Surasak Station) 3번 출구와 연결돼 있어 호텔을 찾는데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다시 안정을 되찾고 호텔로 돌아왔다. 출출하던 차에 편의점에서 사온 스시초밥은 입에 맞는 꿀맛이었다. 자식들이 시바 회갑이라 특별히 마련해 준 방콕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싸왓디 캅도 필요 없는 태국여행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진리를 찾아가는 길은 인간에겐 인지상정이었다.

 

여행이라는 국내건 해외건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여행이란 길에서 많은 걸 배우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해외관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한국에서 해외여행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인에게 있어서 여행은 대부분 관광이 주()이고 먹거리가 종()안 것 같다.

해외여행 후일담도 주로 ◯◯를 가보니, ◯◯가 즐거웠고, ◯◯이 맛있더라.”가 대부분이다. 그런 여행은 별 흥미가 없다. “어디에서 무엇을 알았다는 감흥이 있어야 한다. 남다른 여행취미 때문에 TV에서 먹거리 위주의 여행은 식상하고 다큐멘터리 형태의 기행은 자주 보는 편이다. 여행에서는 무언가 얻을 점이 있어야 흥미롭다.

단체여행을 싫어하는 것도 개인적인 성격이기도 하지만, 보고 즐기기 위한 여행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먹거리란 여행 중에 현지음식을 체험하면 그 또한 공부다. 적지 않은 해외여행을 했지만 고추장 라면을 가져간 적이 없다. 그 덕에 버터나 치즈 빵도 남보다 쉬게 맛 들였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외에서 한국식당도 거의 찾지 않는다. 한국음식이 퓨전화하고 있는 지금 내 입은 남보다 앞서 잘 적응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관광보다 여행(旅行)을 좋아한다.

여행이란 어떤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을 말하며, 고대 프랑스 단어인 ‘travail(일하다)’에서 기원한 말이다. 여행의 목적과 동기는 쾌락, 휴식, 발견과 탐험, 타 문화에 대한 지식의 습득, 개인적인 시간을 갖거나 인간관계를 맺기 위한 것 등이 다.

관광(觀光)이란 문자 그대로 빛을 보는 것이다.”, 영어로도 sightseeing, 즉 경치를 보고 즐긴다는 의미다. 휴식의 의미가 더 강한 것이 관광이다. 열심히 일한 후 취미생활을 즐기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관광의 목적이다. 관광이란 즐긴다는 의미에서 돈 많고 여유 있는 사람들에겐 좋은 기회다. 요즘 인기 있는 관광에는 크루즈, 요트, 해수욕, 삼림욕 등이 있는가 하면 카지노, 골프, ◯◯관광 등은 종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경제적 여유가 없이 살다보니 관광보다는 특별한 관심거리를 찾는 나의 주된 여행이었다. 수많은 산과 들을 찾았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오른 적도 많지 않고 해수욕장을 다녔어도 수영복 입고 물속에 뛰어든 적도 거의 없다. 그저 산이 좋고 나무가 좋고 바다가 좋고 파도가 좋고 모여든 사람들이 좋아서 찾았다. 취미인 사진을 찍으며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기에 떠들썩한 관광보다 여행이 나에겐 더 어울린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좀 달랐다. 내 취향에 이끌린 여행만 함께한 시바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 60갑자 돌아 다시 태어난다는 회갑을 축하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마련해준 해외여행인데 그에 맞는 여행이라야 보답도 된다. 그래서 이번 태국여행은 관광을 보태 관광여행이라는 혼합 형태를 택하기로 했다.

비록 언어가 다르긴 하지만, 여행지의 언어, 식사, 문화 등도 큰 불편이 없었기에 태국여행은 만족스러웠다. 이번 여행에서는 특별히 암기해간 인사말, “싸와디 캅도 필요 없었다. 낯선 외국을 방문할 땐 최소한 How are you? Please. Thank you. 3마디 정도의 말을 암기해 가는 것은 습관이다. 하지만 방콕에서는 싸왓디 캅, 안녕하세요.”라는 말도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그만큼 태국이 국제화되었다는 것 아니면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한 탓일 것이다.

여기저기 길거리 상인들의 입에서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도 쉽게 나온다. 그래서 나머지 커 톳 캅(실례합니다), 컵쿤 캅(감사합니다)”이라는 말은 써볼 기회조차 없었다. 한국인의 위상이 높아진 탓이기도 하지만 한국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언어에 불편이 없었으니 일단 관광여행은 성공이다.

 

방콕여행의 정수, 그랜드 팰리스 단지의 왓 프라 깨우사원

 

왓포 사원와불(臥佛)의 전신촬영은 높고 긴 길이(46mX15m)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태국에는 잘 알려진 관광명소가 많다. 방콕이외에도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명소로는 푸켓, 파타야, 허니문 코스로 잘 알려진 치앙마이 등이 있다. 아무리 관광여행이라도 방콕의 화려한 왕궁들이 다시 보고 싶어 방콕을 주목적지로 삼았다. 수영이나 윈드서핑 같은 것을 못하기도 하지만 나이든 여행이었기에 유원지보다는 관람지가 좋을 듯했다.

방콕에서의 첫 번째 시작은 두려웠다. 시바에게는 처음 방문이기에 우선 흥미가 있어야 했다. 배낭여행지의 성지로 알려진 카오산로드는 예전에 방문한 적이 있어 별 감흥이 없을 것 같고 차이나타운도 대만, 인도네시아 등지의 여행지에서 경험했기에 큰 흥미를 갖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고심 끝에 선택한 곳이 화려한 왕궁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좋아하고 어차피 한번은 보고가야 할 명소였기에 첫 번째 코스로 왕궁관람을 택했다.

첫 번째 방문지는 그랜드 팰리스 단지(Grand Palace Complex)’였다. 화려한 궁전이 관광의 첫 단추를 열어 줄 거란 기대였다. 결정 후에는 서둘렀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었다. 긴 줄을 서서 티켓을 구입하고 관광객들 틈에 끼어 입구로 들어서면 연꽃단지와 함께 화려한 건물이 나타나는데 그곳이 왓 프라 깨우(Wat Phra Kaew)’ 사원이다.

성스러운 장소라 신발은 맡기고 관람해야 한다. ‘왓 프라 깨우는 국왕이 제사를 지내는 사원으로 에메랄드 사원으로도 불린다. 사실은 옥()으로 단장됐지만 화려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벽화는 태국왕조의 정통성을 화려하게 알리고 있다. 아쉽게도 실내 촬영이 금지되어 사진은 남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마침 종교의식이 거행되고 있어서 가족의 행운은 빌 수 있었다.

왕궁을 관람한 후 정문을 나와 도보로 약 10분 정도 가면 왓포 사원(Wat Pho)’이 있다. 왓포 사원은 태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사원으로 열반을 의미하는 와불(臥佛)을 모시고 있어 열반사원이라고 한다. 가장 유명한 불상인 위한(Vihan)은 황금으로 칠해져 있으며 그 길이와 높이가 각각 46m, 15m에 달한다. 불상 오른쪽에 있는 108개의 작은 항아리에 동전을 넣으면 행운을 얻는다고 한다. 108개의 항아리에 동전을 모두 넣을 수 없어 행운의 시작만 표했다.

경내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점이 중동의 모스크 들어갈 때와 같다. 허벅지가 나오는 짧은 바지가 금지돼 있어 현장에서 긴 바지도 빌려준다. 한국에서도 불교사찰의 경내를 관람할 때는 신발을 벗고 입장해야하지만, 의류는 빌려주지 않는다. 관광객 유치도 중요하지만, 한국문화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태국의 관람예절은 우리에게도 필요할 것 같다.

왓포 사원의 와불은 규모가 크기에 운집한 관광객을 밀치고 한 컷의 사진에 담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와불을 꼼꼼히 살피다보니 관람객들이 대부분 빠져 나가고 한 순간 빈 공간이 나타났다. 그 짧은 순간 15m의 긴 와불을 사진 한 컷에 담을 수 있었다.

그랜드 팰리스 단지 내에는 수많은 사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기에 모두 관람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다. 그러나 사원들 중간에 요가상 정원도 있고 봉헌장소가 있어 연꽃을 봉헌하고 향을 피우다보면 피로도 잊고 정신도 맑아진다.

사원을 돌아 나오는 길에 행운도 함께 했다. 마침 병정들이 왕궁 앞에서 교대식을 하고 있어서 의전행사 하는 병정들의 모습을 관람할 수 있었다. 터키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의 고정된 눈동자의 병정과는 다른 모습니다. 덕수궁 앞 병정들의 의전행사 행렬과도 달랐다.

긴 시간 수많은 사원들을 관람한 탓인지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인지 갈증이 났다. 출구의 빈 의자에 앉아 목을 축이는데 그 앞에 탐스러운 석류가 반긴다. 나는 석류를 좋아한다. 빨간 과육을 터트리고 나온 보석처럼 빛나는 석류 알갱이는 매혹적이다. 그런 이유로 해매다 농장에 석류를 심기는 했지만, 기후가 맞지 않아서 겨울이면 늘 얼어 죽었다. 궁전을 나올 때 맞이해준 빨간 석류는 계속 화려한 왕국을 잊지 말아달라는 감사하다는 컵쿤 캅이었다.

 

마하랏 시장의 길거리 국수

 

그랜드 팰리스 단지를 관람하고 돌아 나오면 우리의 남대문 시장과 같은 먹자골목이 있다.

 

길거리 식사도 일품이었다. 랜드 팰리스 단지를 관람하고 긴 담장을 돌아 나오면 우리의 남대문시장과 같은 먹자골목이 있다. 그곳이 마하랏 시장(Talat Maharat)이다. 긴 시간 관람으로 점심시간도 훌쩍 넘겼기에 허기가 돌았다. 멀리 갈 것 없이 길거리 음식을 맛보기로 하고 상점 밖 의자에 자리 잡았다.

음식이름도 모르는 터라 옆 사람이 먹고 있는 한국의 잔치국수 같은 국수를 손짓으로 주문했다. 허기진 탓인지 한국의 태국식당에서 맛본 국수보다 더 꿀맛이었다. 음식이름도 몰랐지만 값도 무척 쌌다. 태국 돈 60바트, 그러니 한국 돈 약 2,000원 정도다. 라면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길거리 음식이었지만 맛은 2만원 이상 감칠맛이었다.

나에게는 해외여행에서 겪는 고충이 하나 더 있다. 말조차 꺼내기 힘든 흡연문제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흡연단속이 매우 심하다. 투르크메니스탄 같은 나라는 외부에서 아예 흡연 자체가 금지돼 있다. 태국도 이에 못지않게 조심을 해야 한다. 자신의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옆 사람이 현장에서 신고를 한다고 한다. 애연가인 나로서는 왕궁을 관람하느라 오래 참은 탓도 있지만 점심식사 후이기에 더 간절했다.

마침 버스 정류장에서 경찰이 한가롭게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목격했다. 태국에서는 경찰의 권력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인지 뚱뚱한 경찰이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지만 용기를 내어 다가가서, “여기서는 담배를 피워도 되느냐?”고 현문우답을 했다. 당황한 경찰은 어쩔 수 없었는지 외국인이라 자존심이 상해서인지 손으로 길 건너편을 가르키며 저곳에서 피우라 한다. 경찰의 허락덕분에 맞은편 식당 앞에서 그 경찰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피운 흡연의 맛은 가뭄에 단비처럼 황홀했다.

 

환상적인 짜오프라야 강의 디너 크루즈

 

짜오프라야 강에서 크루즈를 타고 야경의 아룬 사원을 보는 것은 환상적이다.

 

방콕은 화려한 밤으로 유명하다. 음주가무로 화려한 방콕의 밤은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다. 60이 넘은 우리부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찾은 코스가 조용히 방콕의 밤을 즐길 수 있으리라는 디너 크루즈의 선택이다.

최근 관광명소로 각광받는 아시아틱((Asiatique)’ 야시장에 가면 디너 크루즈를 즐길 수 있다. 낮에 즐기는 크루즈 여행도 즐겁겠지만 야심한 밤에 방콕의 화려함을 즐기는 것도 좋은 추억이다. 시바는 화려한 크루즈여행을 좋아한다. 그런 이유로 일정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 짜오프라야 강의 디너 크루즈였다.

매표소 입구부터 관광객을 모으는 다소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기념촬영에 분주한 외국 관광객들의 탄성이 혼잡스럽다. 다행히 선상위의 디너테이블 가까이에 야경을 보기 좋은 위치에 좌석을 배정받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주변 상가의 번쩍이는 네온사인과 밤을 밝히는 도로위의 자동차 행렬에 화령점정으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시작부터 황홀하다.

크루즈가 출발하면 디너가 시작된다. 관광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분주히 음식을 나르며 즐거운 식사가 이어진다. 테이블에 음료나 주류를 놓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곳곳에서 취객들의 탄성도 들리지만 분위기는 축제다. 북적대는 군중속의 파티는 화려한 밤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선상위의 뷔페는 다양한 요리, 과일, 음료 등으로 파티음식이다. 과일과 생선이 풍족한 나라여서 그런지 푸짐한 식사와 함께 화려한 밤을 즐길 수 있다. 뷔페테이블에 가까이 자리를 잡았기에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신선한 생선회와 이름 모르는 아열대 과일의 디저트는 이국의 밤을 즐길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되었다.

한바탕 어수선한 식사가 마무리되면 관광객들은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야경을 감상하기 시작한다. 낮에 보지 못한 아룬 사원의 야경, 긴 네온이 화려한 브리지 아래 오고가는 유람선과 관광객들의 손 인사, 계속 이어지는 크고 작은 사원들, 리조트 하우스의 현란한 조명 등은 시간가는 줄 모르게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야경을 관람한 후 아래층에 가니 즐거운 노래잔치로 관광객들이 북적댄다. 여느 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필리핀 가수들의 노래와 춤이 돋보인다. 우리가 태국을 방문할 때는 한국 관광객이 뜸한 시기였음에도 한국어로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가 들렸다. 반가워 앞으로 달려가 박수치고 사진도 찍었다.

이집트 나일강의 디너 크루즈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나일 강의 크루즈가 유럽의 분위기라면 짜오프라야 강의 분위기는 동양적이다. 나일 강에서 양식을 먹으며 밸리 댄서들과 어울려 춤추던 추억이 이국(異國)의 맛이었다면, 짜오프라야 강에서의 낯익은 동양인들과 어울린 디너는 타국(他國)의 맛이었다.

지금은 대부분 매립되어 도로가 되긴 했지만 과거 방콕은 운하가 많아 수운이 발달했다. 방콕은 운하와 수로가 많아 수운이 발달했기에 한때 "동양의 베니스"로 칭송되기도 했다. 2시간여에 걸친 짜오프라야 강의 디너 크루즈는 과거 동양의 베니스를 떠올리며 화려한 방콕의 밤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방콕의 새로운 랜드 마크로 떠오른 아시아티크(Asiatique)

 

밤늦은 시간 방콕의 아시아티크 야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즐겁다. 짜오프라야 강에서 불 밝히고 떠다니는 유람선도 황홀하고 젊은 연인들의 팔목 낀 데이트도 부럽다. 시장 안에는 식당도 즐비하다. 다양하고 풍성한 과일가게의 음료도 향기롭고 기념품가게와 의류상도 혼잡하다. 가는 곳마다 안녕하세요? 아리가도?” 호객소리도 들린다. 야시장 쇼핑은 또 다른 분위기다.

한국인에게는 인기 있는 방문지라는 점은 진열된 상품이나 언어를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관광여행이기는 했지만 푸켓이나 파타야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도 외국에서 한국어가 널리 퍼진 곳에는 특이하게 얻을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저 나오기가 섭섭해 아들 티셔츠와 손자 옷을 골랐다. 가격이 저렴한 것 같지는 않았다.

전통음식을 맛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장을 나와 거리에서 음식점을 찾았다. 어제 마하랏 시장에서 맛본 국수 맛이 아직 생생하기에 다시 그 맛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쇼윈도에 진열된 먹거리는 대부분 다양한 생선종류였다. 맛도 일품이었다. 2인분에 300바트, 우리 돈 1만원으로 싼 가격에 태국의 전통요리로 배를 채우고 화려한 아시아틱을 벗어났다 .

 

남아시아의 유일한 독립국가, 태국

 

태국은 국왕을 기반으로 하는 입헌군주제 국가이다.

 

태국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사지하면 떠오르는 태국마사지가 너무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태국을 폄하하는 사람들도 많다. 단지 경제력만을 비교하여 못사는 나라 혹은 돈을 벌기위해 한국에 온 사람들. 하지만 우리 생각과는 달리 태국인들의 민족성이나 전통유지는 매우 강하다.

민주화운동으로 종종 쿠데타를 겪기는 하지만, 불교와 국왕을 숭상하며 전통을 지켜나가는 국민성은 단연 돋보인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외세의 지배를 크게 받지 않은 유일한 독립국가다. 19506.25 전쟁 때 한국에 군대를 파병한 16개 참전국 중 하나로 우리와는 오랜 우방국이다.

태국은 면적이 프랑스와 비슷한 크기로 514000km2 면적을 가진 세계 49째 국가이고, 인구는 세계 20위로 약7,000만 명이다. 수도는 인구 800만 명의 대도시 방콕이다. 불교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95%를 차지하는 불교국가이며 국왕을 기반으로 한 입헌군주제 국가다. 문화는 인도와 중국 및 이웃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의 유일한 오랜 독립국으로 피식민지 경험이 없는 국가다. 19세기 유럽열강이 진출했을 때 유능한 통치자가 영국과 프랑스의 경쟁구도 속에서 정치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세계열강들에 의해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자존심 강한 민족국가다.

반공주의를 앞세운 군부 독재정권의 지배를 받으며 수차례 쿠데타를 겪기도 했다. 1970년대 학생운동과 함께 민주화요구로 좌우갈등도 심하다. 1987년 방콕의 민주화운동 이후에도 1991년에 수친다 장군의 쿠데타로 군부독재 정권이 다시 시작되었고, 쿠데타는 계속되고 있다. 현재는 2014년 쿠데타로 친나왓이 축출되고 군정통치가 계속되고 있다.

태국에 세워진 최초의 국가는 1238년에 중부지방에 세워진 불교국가인 수코타이 왕국이다. 수코타이왕국은 13세기 크메르제국이 쇠퇴하여 멸망한 뒤에 세워진 왕국이다. 그 후 한 세기 뒤인 1350년에 아유타야 왕국이 세워졌다.

아유타야 왕국(1351~1767)은 말레이반도까지 세력을 떨쳤다. 동쪽으로는 앙코르, 서쪽으로는 미얀마와 대립하였다. 1569년 미얀마와의 전쟁에서 아유타야가 함락되었으나, 1584년 다시 독립을 되찾았다.

1767 아유타야 왕국은 버마에게 무너졌지만, 중국계 탁신장군(鄭昭)이 군대를 정비하여 즉시 독립을 회복했다. 그의 뒤를 이어 프라야 차크리(라마 1)가 왕위에 올라 짜끄리 왕조가 시작되었으며 1782년 수도를 방콕으로 옮겼다. 현재의 태국은 짜그리왕조의 계승이다.

 

역사의 흥망성쇠를 간직한 아유타야 유적

 

왓 프라 씨 싼펫가장 큰 사원으로 본래는 170kg의 금장을 한 16m의 입불상이 있었다.

 

태국의 흥망성쇠를 살펴보려면 아유타야 유적지를 꼭 보아야 한다. 아유타야((Ayutthaya)는 방콕에서 북쪽으로 약85km 지점에 있으며, 바싹 강, 롭부리 강, 짜오프라야 강의 3강에 의해 둘러싸인 섬이다. 1350년에 건설된 아유타야는 시암왕국의 수코타이 이후 두 번째 수도(13501767)였으며 18세기 버마에 의해 멸망하여 도시가 크게 파괴되었다.

아유타야는 33명의 왕이 417년간 통치했다. 크메르 왕조가 번성했던 당시 크메르의 변방에 있던 아유타야는 성장을 거듭해 현재의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까지 영토를 확장하기도 했다. 아유타야 왕조는 크메르 왕조의 신왕 사상과 브라만 사상을 융합한 많은 사원들을 건축했다.

아유타야에서 둘러보아야 할 베스트 12는 다음과 같다. 1. Wat Chaiwatthanaram, 2. Wat Phra Si Sanphet, 3. Wat Ratchaburana, 4. Wat Mahathat, 5. Wat Yai Chai Mongkol, 6. Wat Na Phra Men, 7. Wat Thammikarat, 8. Chao Sam Phraya National Museum, 9. Wat Suwan Dararam, 10. Bang Pa-in Palace, 11. Foreign Quarters, 12. Elephant Stay. 아유타야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소중한 인류문화의 유적지이다.

 

금불상으로 유명한 왓 파난 초엥 오라위한(Wat Panan Choeng Worawihan)

 

왔 파난 초엥 오라위한 사원은 길이 19m, 높이 14m의 거대한 금불상으로 유명하다.

 

방콕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북쪽으로 달려 아유타야에 도착했다. 초입부터 그 규모가 방대함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우리를 안내한 느감프링(NGAMPRING)’ 가이드와 나눈 대화를 통해서 그가 신심이 강한 불교신자임도 알 수 있었다. 해박한 불교지식으로 무장한 느감프링은 처음 방문지로 왓 파난 초엥 오라위한 사원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많은 신자들이 공물을 바치고 복을 비는 살아있는 사원이었다.

왓 파난 초엥 오라위한은 짜오프라야 강 동쪽의 강둑에 있는 불교사원이다. 이곳에서 태국에서 가장 숭배 받는 높이 19m 넓이 14m의 커다란 황금불상에 압도당한다. 전설에 따르면 1767년 버마인들이 아유타야를 불태웠을 때 이 불상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사원입구에 천지부모(天地父母)”라는 제단이 눈길을 끈다. 이 제단을 지나 금불상을 방문하기 전에 우선 공물을 바치고 승려의 축원을 듣는다. 우리도 300바트의 꽃바구니를 공물로 헌정하고 노승의 여행축복기원을 받았다. 그 덕인지 돌아 나오는 길에 중요한 행사도 볼 수 있었다. 최초로 출가하는 승려들의 의식이었다. 좀처럼 보기 드문 행사라 한다. 금불당에서 머리 깎고 승려가 되기 위한 예비의식을 치루며 스승의 강의를 듣는 모습은 성스러운 분위기다.

승려의식을 본 후 거대한 금불상을 찾아 가는 통로에도 불상들이 줄지어있다. 금불상을 마주하면 그 규모에 곧바로 압도당한다. 거대한 금불상 하단에는 다시 작은 금불상이 있다. 금불상 내부의 벽면과 천정, 뒷면에도 수많은 불상과 상징물들이 회화로 장식돼 있다.

금불상을 한 바퀴 돌며 축원을 한 후 옆의 다른 불당이 있다. 워낙 큰 금불상을 보아서인지 작아 보이긴 하지만 그 불당도 아늑하고 좋은 분위기다. 신심 굳은 신자들은 이곳에서 여유롭게 기도하며 축원을 드린다. 금불상을 돌아 나오는 통로에는 일, , , , , . , 7일간의 기도를 주관하는 부처상들이 있다. 처음 보는 매우 이색적인 불상들이다. ‘왓 파난 초엥 오라위한을 본 것만으로도 만족했고 솔직히 본전을 뽑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유타야 여행은 단지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왓 프라 씨 싼펫(Wat Phra Si Sanphet)” 사원의 가슴 아픈 상흔

 

아유타야에서 가장 큰 사원인 왓 프라 씨 싼펫(Wat Phra Si Sanphet)

 

왓 파난 초엥 오라위한관람 후 두 번째 방문지는 왓 프라 씨 싼펫(Wat Phra Si Sanphet)’이었다. 왓 프라 씨 싼펫 사원은 첫 눈에도 그 규모의 거대함에 압도당한다. 이 사원은 아유타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불상으로 본래는 170kg의 금을 입힌 16m의 입불상이 있었다. 하지만 1767년 버마인들이 침공했을 때 불을 질러 녹아 없어졌으며 많은 보물들이 약탈당했다. 느감프링은 이 사실에 대해 매우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

왓 프라 씨 싼펫 사원은 방콕 왕궁의 에메랄드 사원과 비견되며 옛 아유타야 왕궁 터에 자리 잡고 있다. 3개의 높은 쩨디(불탑)에는 예전에 황금 입불상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거대한 불상은 17m의 거대 청동상이 들어선 '왓 몽콧 보핏' 사원이나 누워있는 와불의 길이가 28m에 달하는 '왓 로까이쑤타람'에서 전경을 관람할 수 있다.

높은 계단을 올라 사원을 감상하고 사원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정말 광활하고 수려하다. 사원을 관람하고 내려와 뒤편 불상을 감상하고 돌아 나오면 자연과 혼연일체 된 옛 불상들이 나타난다. 고목의 나무뿌리에 감싸인 부처님상은 태국의 흥망성쇠를 무언으로 대변하고 있었다.

'왓 마하 탓' 사원은 잘려나간 불상의 머리가 보리수나무 뿌리에 휘감긴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사원에서 만나는 불탑(쩨디)들은 뾰족한 첨탑과 앙코르와트의 타원형 건축양식이 혼재돼 있다.

사원을 관람하고 약10여분 정도 도보로 이동하면 '왓 로까이쑤타람'에서 길이 28m의 와불(臥佛)을 만난다. 이곳에는 연꽃을 바치며 소원을 비는 신자들로 붐빈다. 와불에게 가족의 평안을 빈 후 휴게소를 잠시 들러 다음 행선지 왓 차이왓타나람사원을 향해 서둘렀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을 닮은 '왓 차이왓타나람

 

프라쌋 왕이 어머니를 기리며 세운 '왓 차이왓타나람'은 앙코르 와트의 사원을 모델로 했다.

 

왓 프라 씨 싼펫사원을 뒤로하고 크고 작은 유적지를 둘러보며 한참 가다보면 왓 차이왓타나람 사원이 나타난다. 마치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사원은 아유타야의 프라쌋 왕이 어머니를 기리며 세운 사원이다. 앙코르 와트의 사원을 모델로 하여 단아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며 아유타야의 사원 중 가장 아름다운 풍취를 지니고 있다.

아쉽게도 이 사원은 과거 홍수피해로 사원내부 입장이 일부 제한되고 있다. 왕이 죽은 형제들을 위해 지은 '왓 라차부라나' 사원에는 엄청난 보물이 발견되었고 불탑의 지하에는 태국의 영화롭던 시절의 흔적이 벽화에 기록돼 있다.

방콕으로 이어지는 짜오프라야 강변의 여름 궁전은 아유타야 도심에서 만난 고풍스런 사원들과는 이색적 풍경이다. 태국전통양식의 수상 궁전 외에도 빅토리아 양식, 고대 중국의 양식들이 혼재된 건축물들은 찬란했던 아유타야 왕조의 과거를 지켜주고 있다.

짜오프라야 강변을 거닐며 왓 차이왓타나람사원을 감상하는 것은 바쁨 속의 여유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가 떠오르고 인도의 타지마할 생각도 난다. 어머니와 아내를 위한 왕의 헌신적인 사랑! 그런 사랑이 부럽다.

이밖에도 아유타야의 동쪽 외곽에는 왓 야이 차이 몽콜 사원이 있다. 거대한 쩨디는 네 개의 작은 쩨디로 둘러싸인 사각형 기지에서 솟아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입구 근처의 거대한 불상이다. 1357년 지어진 우 쏭(U Thong)’ 왕 아래 사원은 스리랑카에서 엄격한 훈련을 받은 승려들만이 거주할 수 있다.

아유타야 관람은 왓 파난 초엥 오라위한’, 왓 프라 씨 싼펫”, '왓 차이왓타나람등 세 곳이 중심이었다. 그밖에 다른 유적지와 강변의 아름다움까지 감상하려면 최소한 하루는 더 묵어야 한다. 비록 하루 일정의 짧은 방문이었지만 흡족함에는 전혀 이의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 친절하고 학식도 풍부한 가이드 느감프림의 다른 유적지 설명으로 아유타야 유적지 방문은 기대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준비해간 과일과 한국의 케이크는 차안에서 대화를 더욱 즐겁게 해주었다. 긴 평야를 달리며 태국의 일상생활까지 자세히 설명해준 가이드가 다시 생각난다. 이른 아침 출발하여 해질녘까지 친절을 잃지 않았던 가이드 느감프림은 아유타야에서 만난 천사였다.

 

위험한 기찻길 시장, 매끌롱 마켓과 암파와 수상시장

 

비좁은 철로에 기차가 서서히 나타나면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위험한 매끌롱 시장

 

수상보트를 타고 과일이나 음료를 즐기는 관광은 한국에는 없다. 동남아시아국가들은 수상가옥이 많아 수상보트를 타고 현지인들의 전통생활을 체험하는 관광코스가 흔하다.

물론 방콕에도 수상보트 관광이 있다. 그러나 세속에 물들지 않고 보다 전통적인 현지인들의 생활상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방콕 남서쪽 80km 지점에 위치한 싸뭇송끄람(Samutsongklam)의 암파와 수상시장이다.

암파와 수상시장을 가는 길에는 위험한 기찻길 시장이라는 매끌롱 마켓(Maeklong Market)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매끌롱 역에 기차가 도착하는 시간을 맞추려면 일정을 짜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호텔에 자동차와 가이드를 특별히 부탁하여 암파와 수상시장을 찾았다.

출발부터 과장이 좀 심하다는 느낌이 든 가이드는 우선 말이 많았다. 그가 주로 설명하는 대상은 모던한 건물과 세상사 이야기였고 정부에도 불만이 많았다.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그는 무슬림이었다. 무슬림이면 나도 아는 게 좀 있으니 대화가 통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 기대는 빗나갔다.

서울도 다녀갔다고 장황하게 경험담을 늘어놓으며 암파와 시장에서 코끼리를 태워주겠다고 한다. 일정에 없는 코스라 일단 고마움을 표하고 처음 경험하게 될 코끼리 관광에 기대가 부풀었다. 이런 저런 얘기하며 넓은 들판을 1시간여 달린 후 매끌롱 역에 도착했다.

좁은 철로에 기차가 서서히 나타나니 매끌롱 역은 순식간에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다.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기 위해 한바탕 난장판이 된다. 정말 위험한 기차 길 시장이다. 처음 경험하는 광경이었기에 신기하기도 했고 옛 시골의 한적한 기찻길이 떠오르기도 했다.

매끌롱 철길시장(Maeklong Railway Market)은 신선한 야채, 음식, 과일 등을 판매하는 전통적인 시장이다. 매끌롱 시장이 특별한 이유는 하루에 몇 번씩 기차가 시장을 통과하는 철길에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기차가 나타나면 상인들은 천막우산을 접고 진열된 상품을 뒤로 옮기며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운집한 관광객들 때문에 상인들의 멋진 장면을 찍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처음 접한 자두처럼 생긴 망고스틴과 아주까리 같은 람부탄의 달콤함은 매우 인상적이다.

 

매끌롱 시장은 그야말로 생선과 과일의 천국이다. 기차역에서 한바탕 소동을 치룬 후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농수산물이 주된 상품이었는데 생선과 과일은 종류가 너무 다양하여 구경만 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망고, 파인애플, 사과, 포도, 바나나 등은 널려 있었고, 처음 접한 서양배 같이 생긴 구아바, 용의 여의주를 닮은 용안, 자줏빛 자두처럼 생긴 망고스틴, 아주까리 같은 람부탄, 그리고 열대과일의 여왕이라는 뾰족한 가시가 많은 멜론 같은 두리안 등의 과일은 발길을 상점 앞에 묶어두었다.

처음 본 김에 맛이나 보자는 생각으로 여러 종류의 과일을 각각 구입했다. 가격이 저렴했기에 마음껏 고른 과일이 순식간에 한 보따리가 되었다. 호텔로 돌아와 다 먹지 못할 것 같아서 일부는 호텔직원들에게 나눠주었다. 칼은 위험해서 빌려줄 수 없다며 우리 과일도 예쁘게 깎아 큰 접시에 담아 룸서비스까지 해주었다. 과일 맛도 최상이었지만 호텔에서의 친절한 서비스는 달콤함에 더하여 친절한 온정도 나눠주었다.

 

암파와 수상시장(Floating Market)의 폭우

 

방콕 남서쪽 80km에 위치한 암파와 수상시장의 보트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

 

방콕에서 남서쪽 80km 지점에 있는 암파와(Amphawa) 수상시장은 관광지로 유명한 방콕 서쪽 104km에 있는 담넌 싸두악 수상시장(Damneon Saduak Floating Market)보다 소박한 곳으로 태국인들이 주말에 즐겨 찾는 곳이다. 암파와 수상시장은 외국인들보다는 현지인들에게 더 있기 있는 태국의 전통시장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그들의 관광 대상이 되었다.

수상보트를 타고 싸뭇송끄람을 둘러보며 현지인들의 삶을 한눈에 살펴보았다. 간간히 마주치는 수상보트와 함께 주변의 크고 작은 저택과 음식점, 어부들의 어망과 보트, 사원의 모습 등 연이어 펼쳐지는 아름다운 주변경관은 매우 신기하고 이채로웠다.

아스완 댐 상류 나일 강에서 즐기던 돛단배 관광과는 전혀 다른 풍광이다. 나일 강 돛단배가 사막의 야자수로 갈증을 채워주었다면, 암파와 수상보트는 숲으로 가득 찬 풍요가 욕심을 비워주었다.

수상보트로 일주하고 암파와 시장에 내렸다. 우리의 전통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온갖 상품들이 갖추어져 있었고 특히 먹거리 시장은 혼잡했다. 저녁은 맛있는 전통음식점 계획이 있어 군침이 돌았지만 맛있는 식사를 위해 참았다. 한국의 오디 같은 열매도 있었고 국화빵 같은 빵도 눈길을 끌었다. 어린 시절 군것질도 떠올랐다.

주변상가의 인기는 역시 의류점이다. 가격이 매우 저렴해서 야자수 그려진 남방도 골랐고 손자 줄 의류도 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방콕의 아시아틱에서 같은 상품의 가격보다 많이 저렴했다. 태국의 상징 기념품을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코코넛으로 만든 수제품 코끼리 전기스탠드를 집 지키는 둘째 딸을 위해 구입했다.

쇼핑이 끝날 무렵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진다. 우리가 방문한 시기가 태국에는 우기(雨期)여서 우산도 준비하며 걱정도 많이 했다. 이번여행에서는 운이 좋아 비를 크게 만나지 않아서 우산은 호텔에 두고 왔다. 하지만 암파와 시장에서의 비는 폭우수준이었다. 비록 비를 흠씬 맞기는 했지만 즐거움에 옷 젖는 줄도 몰랐다.

무척 당황했지만 시장의 현지인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의연했다. 그 와중에 가이드는 전통식당에 가야한다고 서두른다. 빗속이기는 하지만 코끼리 체험은 계속 기대하고 있었다. 저녁은 나중에 먹어도 되니 코끼리 체험부터 하자고 채근했다. 그러자 가이드는 지금은 시간이 늦어서 어렵다한다. 처음부터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역시 가이드의 허풍이었다.

강변에 자리 잡은 전통식당에 도착할 즈음 비는 개였고 축축한 식당은 별로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이드는 몇몇 음식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며 엄지손가락까지 추켜세우며 자랑을 한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하던 전통식사는 전혀 아니었다.

식사를 마치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도로는 퇴근시간이라 붐비기 시작했다. 갈 때와 달리 가로등 켜진 도로를 두어 시간 달린 후 호텔로 되돌아 왔다. 마지막에 실망하여 기분이 찝찝하긴 했지만 먼 거리 즐겁게 해준 고마움에 약간의 팁을 손에 쥐어주었다. 가이드는 땡큐를 연발하며 즐거운 표정으로 어둠속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태국의 정통 마사지와 궁중요리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실롬 바디워크라는 한적한 마사지 숍은 태국의 정통마사지였다.

 

태국 여행의 정수는 뭐니 뭐니 해도 정통 마사지를 체험하는 것이다. 시바와 함께 몽골과 캄보디아에서 마사지를 받아보긴 했지만 피로를 푼 것 이외에 별다른 특징은 없었다. 한국에서도 흔한 태국 마사지를 현지에서 받아보고 싶었기에 서두르지는 않았다. 좋은 마사지 숍을 찾기 위해서

시간 날 때 마다 가이드북을 뒤졌고 호텔주변의 마사지 숍, Health Land 기웃거렸다. 화려한 윈도우에 건강용품이 다양한 것으로 보아 정통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차라리 값비싼 호텔의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을 성 싶어 직접 가보기도 했다. 하지만 상상하던 정통 마사지는 아닌 것 같았다.

최종자문을 받아보자는 생각에 호텔직원에게 문의했다. 호텔직원은 값비싼 호텔보다는 길 건너에 저렴한 마사지 숍이 있는데 정통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며 친절하게 약도까지 그려주며 연락처도 알려준다. 정통마사지 안내를 받은 후 여유 있는 시간에 방문하기로 했다.

먼 길 아유타야 유적지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오후가 좋을 듯 했다. 아유타야에서 느감프링에게 이 사실을 미리 전해주고 호텔가는 길에 안내해 줄 것을 부탁했다. 마침 실롬 바디웍(Silom Bodyworks) 마사지 숍을 잘 아는 가이드는 우리를 그곳에 내려주고 주인에게 부탁까지 해준다. 호텔 찾아가는 길도 친절히 알려주고 잠시지만 정든 가이드는 우리와 헤어졌다.

북적대지 않는 숍에는 내국인들이 주고객이었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전통 마사지는 여러 단계에 걸쳐 방을 옮겨가며 진행되었다. 여러 명의 마사지사들이 분주히 오가며 자신들의 역할을 하며 1시간이상 정성을 다한다. 정성스레 머리부터 발끝까지 받은 마사지로 몸이 개운했고 마음도 맑아졌다. 가격도 500바트로 무척 저렴했다. 정통 마사지로 피로를 푼 우리는 태국 마사지의 정수를 체험하며 한국에서 받은 태국마사지의 허실도 알게 되었다.

 

부싸라쿰(Bussaracum) 레스토랑의 궁중요리

 

궁중요리의 메인디시 왕새우 맛은 일품이었고 촛불에 끓이는 장국은 분위기를 돋아주었다.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출국할 짐을 이미 맡겨둔 터라 다소의 여유시간이 있었다. 암파와 전통시장에서 맛보지 못한 전통요리가 못내 아쉬웠다. 다시 직원을 찾아 근처 전통식당을 물어보니 역시 친절하게 소개해준다. 그러나 알려준 식당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어두운 밤 지하철 육교를 지나 골목골목 뒤지며 거리의 사람들에게 수차례 물어본 후에야 어렵사리 궁중요리(Royal Thai Cuisine)라는 부싸라쿰(Bussaracum)” 레스토랑을 찾을 수 있었다.

종업원들은 서둘지 않고 순서에 따라 차분하고 정숙하게 식사대접을 한다. 흰 저고리 모양으로 곱게 접은 냅킨과 아름다운 조각을 한 과일의 서빙은 매혹적이었다. 테이블 옆 프런트에서 딸이라는 종업원이 파인애플을 들고 커팅을 하는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형형색색 다양한 애피타이저와 함께 왕새우와 망고 곁들인 밥이 메인디시였고 촛불에 끓이는 장국은 우아한 분위기까지 연출한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태국 전통음악과 함께 후식으로 나온 전통차도 그윽한 향기로 입안을 가득 채워주었다. 한마디로 은은한 분위기에 걸 맞는 전통음악, 맛있는 식사, 향기 가득한 티타임의 대화에 종업원의 친절이 함께한 그야말로 왕궁의 식사체험이었다.

가격도 저렴하여 3000바트였다. 한국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부부가 고급 궁중요리를 즐기려면 턱도 없는 가격이다.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태국식당을 방문한 적이 있다. 몇몇 생선요리와 국수가 전통음식으로 유명하지만, “부싸라쿰레스토랑의 궁중요리를 맛본 후에는 태국 전통요리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분위기 좋은 부싸라쿰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후 티타임은 태국여행을 정리할 수 있는 안성맞춤의 시간이었다. 36년 부부생활하며 적지 않은 여행도 했지만 여행한담을 할 기회는 드물었다. 짧지만 행복한 여행을 마련해준 자식들에게도 고마움이 말이 아닌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이제 회갑을 지나 60갑자로 다시 한 살이 된 시바의 축하여행은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다시 회갑이 돌아 왔으면 좋겠다. 천명이 있기에 이룰 수는 없겠지만, 방콕에서의 추억을 간직하며 다시 젊게 살고 싶다. 젊음을 다시 확인한 방콕을 기억하며 아름다운 세상 건강하게 살고 싶다. 다시 찾을 그날을 기다리며

궁중요리를 체험하고 돌아온 호텔에는 공항 갈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로비로 모여있었다. 잠시 호텔 앞 정원에서 반짝이는 네온을 바라보며 에메랄드 사원의 찬란함, 짜오프라야 강의 화려함, 암파와 수상시장의 시끌벅적 지근한 인파, 아유타야 유적지의 웅장함, 피로를 풀어준 전통 마사지, 멋진 피날레를 안겨준 궁중요리 등 45일 일정을 생각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행복한 여행이었다.

젊음을 다시 찾아 준 방콕의 화려한 야경과 과거를 일깨워준 아유타야의 장엄함은 다시 한 장의 추억을 가슴에 남겼다. 방콕이 살아있는 젊은 여인의 짙은 향수라면 아유타야는 오래 묶은 은은하고 깊은 맛의 포도주 같은 인상이었다. 공항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서 태국인들의 순수함과 친절함에 대해 컵쿤 캅이라는 무언의 인사로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20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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