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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이후 중동경제질서 전망

홍성민(중동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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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전 개시 43일 만인 지난 5월 1일 사실상의 종전을 의미하는 '주요전투 종료'를 선언했다. 이에 덧붙여 백악관 당국은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전쟁이 끝난다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아직도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의 선상 연설이 국제법상공식 종전선언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처럼 애매모호한 종전선언이 포함하고 있는 함축적인 의미는 이라크 전쟁후의 중동질서 재편이 그리 쉽지 않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전세계적인 반전여론이 팽배한 시점에서 UN 무기사찰단의 시한연장도 도외시한 채 3월 20일 미영주도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은 우선 공격의 명분이 확실하지 않다는 문제점을 안고 출발하였다. 걸프전은 1990년 8월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라는 절대적인 명분이 있었다. 당시 후세인은 이란과의 8년 전쟁에서 구축한 100만의 군사력으로 아랍  패권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쿠웨이트를 침공, 19번째 속주로 편입시킨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침공할 기회를 엿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내세운 명분은 위험한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함으로써 몰고 올 수 있는 전세계를 향한 위협이지만 실제 목표는 후세인 정권의 전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보다 실질적 의미에서 미국은 이라크의 석유이권을 챙기고 중동질서를 미국의 의도대로 재편하려는 패권 야욕이 깔려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전쟁이 이번 이라크 전쟁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국의 종전선언은 승전(勝戰)의 기쁨을 전세계에 선포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다시 말하면 그토록 미국이 장담하던 대량살상무기(WMD)를 하루속히 찾아서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하고 이라크의 민주화를 위해 (현재는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난무한 시점에서) 후세인을 제거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커다란 부담도 미국에게는 커다란 짐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담 후세인의 동상이 무너지고 바그다드가 점령됨으로써 전세계는 이라크 정권의 종말을 확인하게 됐고 전후복구사업과 새로운 질서재편에 전세계의 이목(耳目)이 쏠리고 있다.

이번 이라크 전쟁이 질서재편을 위한 시발점이 된 것은 아니다. 세계 경제질서의 재편은 이미 중동에서 1991년 걸프전을 시작으로 그 첫 단추가 꿰어졌고, 이번 전쟁은 그것을 마무리하는 수순(手順)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걸프전은 냉전 체제 붕괴이후의 첫 전쟁으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창출하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란-이라크(1980-88년) 전쟁이후 이라크는 전비반환을 요구하는 쿠웨이트를 1990년 8월 무력침공하게 되었고, 그 결과 미국은 걸프만에 군사적 개입을 하게 되었다. 그 후 부시 전 대통령은 1990년 9월11일 '신세계 질서’를 선언하고 "신세계 질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라는 것을 천명하였다.

또한 유엔은 1991년 4월 채택한 결의 687호에 따라 이라크의 무장 해제를 위해 유엔 사찰위원회(UNSCOM)를 구성하고 UNSCOM의 동의가 있을 때에만 경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를 부과하였다. 1990년대 중반이후 UN 회원국들이 이라크에 대한 금수조치를 해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을 때 미국은 항상 대량살상무기의 이유를 들어 줄곧 반대를 해왔다. 이제 상황이 바뀌어 미국이 UN에 대해 제재조치를 해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아무튼 이라크전쟁으로 4차대전론이 대두되고 있다. 3차대전인 냉전(cold war)에 이어 현재 대테러 전쟁을 중심으로 4차대전이 진행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알 카에다 소탕작전 등도 그 일부라는 게 4차대전론의 핵심논리다.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엘리엇 코언 교수는 2001년 9·11 미테러 참사직후 4차대전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일방주의, 즉 팍스 아메리카나(Pax-Americana)에 대한 유럽국가들의 민감한 반응이다.

과거에는 좌·우 이데올로기의 장점만을 취한 `제3의 길'을 주창했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번에는 냉전 이후의 세계질서가 '단일체제'도 '다극체제'도 아닌 미국과 유럽이 한 덩어리가 된 '제3의 단일체제(One Polar Power)'로 나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는 4월 28일자 파이낸셜 타임스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유럽은 초강국과 지역강국들로 갈라져 갈등과 마찰을 빚을 것이 아니라 함께 힘을 합쳐 세계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단일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미영의 신세계 구축에 대한 유럽의 EU 국가들과 러시아 및 중국의 대응이 향후 세계질서의 재편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세계 질서의 새로운 과정이 중동의 이라크로부터 시작되었기에 이라크 전쟁이후 중동질서의 변화과정은 세계질서의 향방을 가늠질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은 최대한 '이스라엘-지원, 이라크-억제' 라는 기본 틀에서 아랍권의 결속의 쐐기로서 '사우디와 이란-협력'이라는 변수를 통해서 EU와 러시아의 영향력을 견제해왔던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미국은 이제 이라크를 수중에 넣음으로써 사우디와의 협력은 가변적인 선택의 수단이 되었다. 일방적인 힘에 의한 미국의 이라크 억제는 또 다른 난관인 팔레스타인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의 문제가 중동질서의 재편에 남은 커다란 관문이 될 것이다.

과거 걸프전시에는 친미아랍국가와 반미 아랍국가들이 선명하게 구분되었지만,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의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커다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라크가 이제까지는 세계 제2위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OPEC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물론 시설이 낙후되고 파괴된 유정(油井)의 복구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는 하겠지만 미국의 이라크 석유장악은 OPEC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아시아에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또 다른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 미완(未完)의 상태로 남겨져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사태가 그 지뢰밭이다.

한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에서 대두되기 시작한 지역주의 경향은 1980년대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었고, 1990년대 이후 3극체제의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첫째로 국제 경제의 역학관계 변화, 둘째로 다자간 무역 체제의 약화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1970년대 일본 경제의 부상과 1980년대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등장은 EU와 미국의 상대적인 지위 저하, 산업 및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였다. 이와 함께 1970년대 이후 나타난 무역 경쟁의 심화, 자원 민족주의의 대두, 남북문제의 첨예화 및 미국 경제의 상대적 우위 상실 등은 보호무역의 재연과 함께 자유.무차별원칙을 근간으로 하는 GATT 체제를 약화시키게 되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일부 국가들은 자국의 무역문제에 대해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국가들간에 협정을 통하여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 구체적인 형태가 지역주의로 표현된다.

범세계주의의 대응 수단으로 출현한 지역주의는 점차 파급효과가 커짐으로써 현재의 WTO 체제하에서 세계경제를 몇 개의 배타적인 경제권으로 분할할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다. EU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되고 있으며, 미국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NAFTA, APEC도 커다란 잠재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EU의 경제통합 강화는 일본을 자극하여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의 새로운 경제협력 기구를 잉태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경향이 심화되면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경제권의 새로운 지역주의 모색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 소블럭 형태를 취하는 각 지역의 인접 국가간의 지역주의는 WTO 체제의 대응 수단으로 보호무역적 성격을 띠는 지역경제 통합의 형태로 경제협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분명히 1990년대 들어오면서 세계 경제질서는 양극화의 틀이 깨졌으며, 이러한 현상은 특히 걸프전을 계기로 가속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PLO는 1993년 오슬로 협정으로 화해의 손을 잡고 평화정착을 모색하고 있지만, 그 과정은 여전히 혼미한 상태이다. 2000년 9월 28일 당시 아리엘 샤론 리쿠르당 당수의 동예루살렘 방문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충돌로 시작된 '인티파다'가 계속 진행중에 있다. 더욱이 미국과 유엔,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이른바 '쿼텟'(Quartet: 4개 중동평화 중재당국)이 작성한 중동평화계획을 담은 최신판 로드맵이 금년 4월 30일 제시되기는 했지만 그 성사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이다

이스라엘-PLO간 평화협상이후 전개되고 있는 중동 경제질서의 특색은 '실리 추구'와 '아랍의 재결속' 움직임이다. 그 결과 경제협력의 특색도 과거 아랍권을 소분할 하던 지역적 개념을 탈피하여, '범아랍', '범이슬람'이라는 양상을 보이며, 대이스라엘과는 대립되는 양극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터키가 중재자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중동평화 정착이라는 커다란 장애물 때문에 아직은 이스라엘을 포함하는 경제협력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범아랍, 범이슬람이라는 형태로 다시 응집되고 있는 중동의 질서는 '경제협력'이라는 '실리'를 바탕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는 '아랍공동시장'의 창설과 범이슬람 경제협력기구인 'D-8'의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 그 골격은 아랍: 이스라엘, 선진국: 이슬람이라는 형태로 재편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걸프전이후, 중동의 경제질서 역시 이스라엘-PLO간 협상 속도와 궤(軌)를 같이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강조되고 있고, 새로 출범한 WTO 체제하의 경제질서와 공동 보조를 맞추면서 중동의 경제질서도 재편되고 있다. 당분간은 미국을 위주로 하는 일방주의 내지 단일체제가 우세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경제질서는 다시 유럽 및 (일본을 포함하는) 아시아의 '2극 체제' 내지 미국, 유럽 및 아시아라는 '3극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짙다. 따라서 중동의 경제질서는 크게 보아서 WTO 체제의 향방과 EU의 대응 속도에 따라 재편의 윤곽이 나타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독주에 대한 EU 국가들의 견제 내지는 협력은 중동의 새로운 경제질서 재편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03/05/06)

 

본 내용은 주간석유뉴스], 주간석유뉴스], 초점: 이라크 전쟁이후 중동경제질서 전망, 제1130호, 한국석유공사에 게재된 글이기에 인용은 동 부처의 규칙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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