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E 중동 지역연구  Area Studies of the Middle 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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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사태의 원인과 향후 전망

홍성민(중동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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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한가운데 유전(油田)에서 어둠을 뚫고 환하게 비치는 횃불은 가히 장관(壯觀)이었다. 바스라로 가는 고속도로에 황혼이 지고 사막의 등대처럼 나타난 유전은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세계 최고(最古)의 문명을 자부하는 이라크.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이어온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바빌론 문명과 세계 최초의 법전인 하무라비 법전을 가졌고 세계 제2의 석유 매장량을 가진 이라크가 '문명의 충돌' 한가운데 서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본 이라크는 분명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풍부한 자원' 때문에 전세계의 미움을 사게 된 것 같다. 필자는 지난 1월 중순 자료조사차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전운이 감도는 이라크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우여곡절 속에 겨우 이라크의 대부분 도시를 찾아다니긴 했지만, 정작 필요한 자료는 찾지 못했고 그저 귀동냥이나 시민들과의 조심스런 대화를 통해서 얻어 온 자료가 전부였다. 하지만 부족한 자료나마 필자에겐 소중한 자료일 수밖에 없었다.

이라크 인들은 "왜 미국과 전쟁을 해야하는가?"라는 질문에 "이스라엘의 사주를 받은 미국이 지금 문명(文明)의 중심지인 이라크를 멸하려하고 있다"는 종교적 답변과 함께, "우리는 사담과 함께 이 나라를 지켜 낼 것이며, 이라크는 영원할 것이다"라는 내세관이 담긴 극히 이슬람적인 답변으로 항전의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그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라크는 이미 미국을 위시한 강대국의 자원쟁탈 한 가운데 있었고, 문제는 그 자원(資源)을 소유한 이라크 국민들은 그저 사담 후세인에게 백지 위임장을 던져 놓은 상태였다. 다시 말하면 진퇴양난(進退兩難)의 갈림길에서 망연자실하고 있을 뿐이었다.

부시 미대통령은 2001년 9·11 테러사태 이틀후인 9월 13일 곧바로 오사마 빈 라덴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미국은 영국과 함께 10월 7일 아프간 공격을 시작하여, 12월 11일 알-까에다의 항복을 받아냄으로서 아프간 전쟁은 일단락 되었다. 그러나 부시의 목표는 아프간이 아니었기에 승리는 충족되지 못했다. 빈 라덴과 이라크와의 연계를 찾아내어 이라크 공격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지만 명쾌한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 시간에 쫓기는 부시 미행정부는 아예 이라크공격에 테러전쟁의 목표를 맞추기 시작했다. 부시는 2002년 1월 29일 국정연설에서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axis of devil)으로 지목하고 이라크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다.

2002년 10월 15일 대통령의 7년 임기를 연장하는 국민투표에서 100%의 지지를 얻은 후세인은 자신의 건재함을 다시 한번 전세계에 알렸고, 11월 13일 유엔안보리 결의 1441호를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UN 사찰단도 그 동안 별다른 단서를 찾아내지 못한 채 사찰기일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굴하지 않고 가까운 시일내에 결정적인 단서를 내놓고 공격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는 반면, 전세계에서는 반전여론 또한 만만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니코시아에서는 금년 2월 2일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학생 등 시위대 200여명이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지도자들을 `악의 축'이라고 비난하면서 미국 및 이스라엘 대사관까지 행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부시, 블레어, 샤론은 악의 축'이라고 적힌 이란 피켓을 들며 '이라크 전쟁 반대'라는 구호를 외쳤고 일부 시위대들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라크전 반대 여론이 스페인 74%, 프랑스 60%, 러시아 59% 그리고 독일은 50%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전세계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간단 명료하다. 미국의 중동 석유자원 지배이며, 새로운 국제경제질서의 재편과정의 초점을 중동에 맞추고 중동질서 재편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눈의 가시가 이라크인 것이다.

이라크 사태의 배경은 걸프전(The Gulf War)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라크는 미국과 매우 우호적인 국가였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실권을 잡은 서구의 공적인 이란의 호메이니와 싸워주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이라크를 지원하였다. 미국의 지원하에 1988년 이란과의 전쟁이 끝날 무렵 이라크는 세계 4위의 군사대국으로 성장했다.

8년간의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를 측면 지원하던 미국 정부가 이라크의 전후 복구 사업에도 관심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하에 1989년 6월 사담 후세인은 미국의 경제사절단 초청하였다. 미국은 선결조건으로 이라크의 대외채무 해결을 요구했고, 그 방법으로 국영석유산업의 민영화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은 (정권의 돈줄인) 석유주권을 포기할 수 없었고, 투자협상은 결렬되었다. 이라크는 전비반환을 요구하는 쿠웨이트를 1990년 8월 무력침공하게 되었고, 그 결과 미국은 걸프만에 군사적 개입을 하게 되었다. 그 후 부시 전 대통령은 1990년 9월11일 '신세계 질서’를 선언하고 "신세계 질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라는 것을 천명하였다.

그러면 왜? 하필이면 중동의 이라크 아니 사담 후세인이 부시의 집요한 목표가 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미행정부의 이라크 공격의도를 대별하면, 첫째는 중동에서의 미국의 석유이권 장악이요, 둘째는 불황에 빠진 미군수산업의 보호에 있다. 이러한 의도는 지난 수년간 진행된 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독일이 반대하고 프랑스가 주춤거리며 영국이 앞장서고 일본이 뒤따라가는 모습을 보면 그 이유는 보다 자명해진다.

1901년 영국 주도로 페르시아에서 시작된 중동의 석유산업은 1930년대 미국의 자본 참여가 시작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이후 미국의 영향력 증대로 미국의 석유자본이 중동의 석유를 지배하게 되었다. 1960년 OPEC의 창설과 1973년 '석유무기화’로 힘을 얻은 중동산유국들은 자국의 이권을 확보해 나갈 수 있었다. 그 가운데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미국에 우호적이다. 이란도 팔레비 정권시절까지는 미국에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유독 이라크만이 미국의 석유자원 지배에 걸림돌이 돼 왔던 것이다. 이라크 석유 매장량은 1120억 배럴로 2650억 배럴의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다. 미국의 이권개입이 가장 어려운 중동의 산유국은 현재‘악의 축’내지는‘UN의 제재조치’에 묶여있는 이라크, 이란, 리비아 등 OPEC 내 강경파 국가들이다. 따라서 이라크의 후세인 제거된다면, 그 불씨는 곧바로 이란이나 리비아로 옮겨 붙을 것이다.

 문제는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킨 후, 과연 미국이 이라크에 '새로운 민주국가’혹은 '친미적인 이라크 정권’을 어떻게 수립하느냐가 더 큰 과제로 남는다.  만일 미국이 공격하고, 그 공격이 성공하여 사담 후세인을 무리없이 제거한다 손치더라도 민주주의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이라크를 누구에게 맡겨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사담 후세인이 없는 이라크는 또다시 민족 분쟁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북부의 쿠르드족이 연방정부 구성하자고 나올 것이며, 60%가 넘는 쉬아파를 현재 30%정도의 순니파가 정권을 지배하고 있기에 주도권 다툼을 위한 종파간 분쟁도 격화될 것이다. 더 더욱 20년이상 철권정치를 해왔기에 이라크를 통치할 수 있는 반후세인 지도자를 찾는 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무튼 후세인 없는 이라크는 보다 복잡한 내정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짙다. 따라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테러와의 전쟁을 마무리하는 전쟁이라기보다는 중동에서의 질서 재편을 위한 전초전이라 결론지을 수 있다. 이라크 국경을 넘어 요르단의 암만으로 향하는 차속에서 "America만 아니면 어느 나라가 들어와도 환영한다"고 운전기사가 일러준 말이 아직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누가 그 선량한 사람들을 미국과 철천지원수로 만들어 놓았는지 말이다.

 

본 내용은 주간석유뉴스], 특집: 이라크 사태의 원인과 향후 전망, 제1117호, 한국석유공사에 게재된 글이기에 인용은 동 부처의 규칙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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