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E 중동 지역연구  Area Studies of the Middle 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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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심은 중동의 석유(石油)


홍성민(중동경제연구소장)

9-11 테러사태의 여파로 진행된 아프간공격이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는 지금 세계의 관심사는 중동으로의 확전(擴戰) 여부와 이라크 공격에 쏠려있다. 미국은 지난 1월 3일 새해들어 처음으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아프간 전황에 대한 종합보고를 통해 테러전이 아프간전을 넘어 범세계 차원의 테러망 분쇄로 확대될 것임을 밝혔다. 럼스펠드 장관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우리는 빈 라덴과 오마르를 포함, 알카에다와 탈레반 정권 지도부를 체포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그들이 내일 잡히더라도 우리의 임무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함으로써 아프간 공격은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여기서 한가지 의문에 접하게 된다. 9․11 테러 사태는 미국 본토에서 발생하였고, 그 배후로 지목되는 인물은 아프간에 있는 알-카에다 테러단체의 수장인 빈 라덴이라는 아랍계 무슬림이다. 그런데 왜? “미국은 이라크 공격을 자꾸만 가시화하는 것일까?” 라는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이라크가 알-카에다나 탈레반과는 직접 관련되었다는 명백한 증거도 없는데 말이다. 그 해답은 역시 중동의 석유에서 찾아볼 수 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대니얼 예긴은 “석유(石油)는 권력과 세계지배의 동의어이며, 안보와 번영, 현대 문명의 핵심”이라고 했다. 또한 「컬러 오브 오일」(The Color of Oil)의 저자 마이클 이코노미데스와 로널드 올리그니 역시 석유가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권력으로 보고있다. 미국이 최강국으로 떠오른 것은 석유전쟁(石油戰爭)이었던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이고, 공산권이 몰락한 것도 결국은 미국의 은밀한 저유가(低油價) 정책 때문이다. 공산권 블록이 무너진 이후, 미국이 세계 유일의 강대국(强大國)으로 군림하는 것 역시 미국이 석유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주장을 모두 용인하지 않는다 손치더라도 20세기 후반, 특히 걸프전(Tha Gulf War)이후 중동에서 나타난 현상을 보면 강대국들이 중동에서 관심을 갖는 가장 큰 핵심요소는 역시 중동의 석유라는 점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중동의 석유가 중요한 자원이라는 사실에 이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걸프지역의 석유자원은 세계의 그 어느 지역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걸프 OPEC 6개국 전체 인구는 약 1억명 정도이며, 세계 총인구의 2% 미만 수준이다. 이들 국가의 통합 면적은 435만km2이며, 세계 면적의 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6개국의 총 원유 확인매장량은 세계 전체의 65%, 천연개스 매장량은 세계 전체의 30%를 점하고 있다. 또한 GOPEC 6개국의 원유는 세계 원유 생산의 약30%를 차지하며, IEA 회원국 원유 수입의 거의 40%를 점하고 있다.

GOPEC산유국이외도 걸프만에는 오만과 예멘이 현재 신흥 산유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오만은 현재 일량 약 90만 배럴, 예멘은 4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 같은 산유량이 합쳐질 때 걸프만의 석유에 대한 비중은 점점 더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원유의 매장량이나 지정학적인 중요성을 고려할 때, 걸프만 산유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강대국들이 중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도 중동의 석유, 특히 걸프만의 석유이권과 깊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국제석유시장에서 새로운 변화중 하나는 걸프전이후 미국의 영향력이 증대하였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동지역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함으로써 1970년대 이후 잃어버렸던 메이저의 부활을 돕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산유국 사우디가 이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국제석유시장에서 새로운 변화는 석유가 그 구성요소가 되고 있는 장기적인 미-사우디간 맹약(盟約)으로 구체화되고 있으며, 현재는 일종의 지정학적 실체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정치적인 비밀협상 같은 것은 이제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쿠웨이트에 대한 이라크의 일시적인 점령과 소련 붕괴이후 미-사우디 양국간 기본적인 상호이해만이 문제로 되고 있다. 이들 양국의 상호이해는 각각 세계 최대의 원유 수출입국으로서 사우디와 미국의 위치에서 야기되며 이들 양국이 괄목할 만한 수출입의 물량을 증대시키기 위한 커다란 잠재력을 가진 국가라는 점에 기인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국제석유시장에서 미국 석유회사의 지배가 손상되고, 실제적으로 제거된 지 30년 이후 그 축은 완전히 한바퀴를 돌아온 셈이다. 이제 석유산업에 있어서 미국의 주도권은 재확립되었다. 국제적인 석유에 관한 강력한 정치, 경제적인 이해 협력에 있어서 사우디의 기본적인 개입은 국제석유산업에 있어서 과거 그들이 수립한 효과적이고 장기적인 체계 가운데 가장 강력한 힘으로서 입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공격이 테러에 대응으로 끝을 맺지 않고 전쟁으로 비화되는 한, 중동은 아랍-이스라엘 평화문제를 포함한 석유산업에 관련된 경제적 후유증은 보다 큰 폭으로 전개될 것이다. 따라서 단지 오사마 빈 라덴의 축출에 미국이 세계 여론의 무거운 짐과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담당해가면서 어려운 전쟁을 수행하겠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앞으로 상황이 어떠한 형태로 전개될는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미국으로서는 가능한 한 시간을 끌면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상황을 점검할 것이고, 여기에 대응하는 아랍권 아니면 이슬람권과의 대응과정에서 해결책을 찾으리라 기대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가급적 이라크를 끌어들이기를 원할 것이다.

한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에서 대두되기 시작한 지역주의 경향은 1980년대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었고, 1990년대 이후 3극체제의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첫째로 국제 경제의 역학관계 변화, 둘째로 다자간 무역 체제의 약화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1970년대 일본 경제의 부상과 1980년대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등장은 EU와 미국의 상대적인 지위 저하, 산업 및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였다. 이와 함께 1970년대 이후 나타난 무역 경쟁의 심화, 자원 민족주의의 대두, 남북문제의 첨예화 및 미국 경제의 상대적 우위 상실 등은 보호무역의 재연과 함께 자유·무차별원칙을 근간으로 하는 GATT 체제를 약화시키게 되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일부 국가들은 자국의 무역문제에 대해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국가들간에 협정을 통하여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 구체적인 형태가 지역주의로 표현된다.

1990년대 들어오면서 세계 경제질서는 양극화의 틀이 깨졌으며, 이러한 현상은 특히 걸프전을 계기로 가속화되었다. 이 과정에 이스라엘과 PLO는 1993년 오슬로 협정으로 화해의 손을 잡고 평화정착을 모색하고 있지만, 그 과정은 여전히 혼미한 상태이다. 걸프전이후, 중동의 경제질서 역시 이스라엘-PLO간 협상 속도와 궤(軌)를 같이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강조되고 있고, 새로 출범한 WTO 체제하의 경제질서와 공동 보조를 맞추면서 중동의 경제질서도 재편되고 있다. 특히 EU의 경제통합은 이 지역 국가들의 결속에 하나의 촉진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중동의 경제질서는 크게 보아서 WTO 체제의 향방과 EU의 대응 속도에 따라 재편이 이루어질 전망이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은 지대하리라 보여진다.

걸프전이후 중동에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역할에 대해 부시 행정부는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부시는 취임초 곧바로 이라크를 공격함으로써 미국의 건재함을 알렸고, 미국의 최대 관심국가는 이라크임을 분명히 했다. 2000년까지 상당한 완화 움직임을 보이던 이란-이라크-리비아에 대한 UN 무역제재 조치의 완화 및 해제도 현 상황에서 매우 어렵게 된 것 같다. 이들 3국은 OPEC내에서도 고유가를 주장하는 강경파 국가로 미국에게는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는 국가들이다.

최근까지 이란, 이라크는 러시아와 공조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에 대항해왔기에, 미국으로서는 이스라엘을 등에 업고 이 지역에서 주도권 강화를 위해 이라크를 계속 압박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최대한 ‘이스라엘-지원, 이라크-억제’ 라는 기본 틀에서 아랍권의 결속의 쐐기로서 ‘사우디와 이란-협력’이라는 변수를 통해서 EU와 러시아의 영향력을 견제하려 들 것이다. 현재의 이-팔 사태는 미국의 중동질서 재편 노력에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장기화되고 중동으로 확산될 경우, 중동경제질서의 재편은 그 축을 잡아 갈 것이며, 그 과정에서 예멘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은 현재 이 지역에서 사우디-쿠웨이트에 입지를 강화해놓고 있지만, 만일 예멘과의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아덴항의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홍해와 인도양을 있는 예멘의 지리적 여건은 미국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행운(幸運)이 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2000년 10월 12일 아덴항에서 발생한 콜호사건(이 사건도 빈 라덴이 사주한 것으로 지목하고 있음)을 최대한 끌어들여 협상을 전개할 것이다. 특히 예멘은 시리아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어 아랍-이스라엘 분쟁 조정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기에 미국으로서는 예멘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미국으로서는 중동에서 걸프전이후 가장 좋은 질서재편(秩序再編)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만일 여기에 걸프전시 이라크 편을 들어 커다란 경제적 타격을 입었던 예멘이 실리를 추구하여 미국편에 서게 된다면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대단해질 것이고, 중동의 경제질서는 그 가닥을 잡아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멘의 경우 현재로서는 미국에 매우 우호적인 자세로 실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1년 12월 27일 예멘의 압둘라 쌀레 예멘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회담을 통해 미-예멘간 안보 및 정보, 경제협력 합의서에 서명하였고 4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원조도 받아냈다. 2001년 12월 18일 예멘 특수부대원들이 알-카에다 지원병들이 은신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중부 오지 마을을 공격, 12명을 사살하였다. 또한 예멘군 대변지인 September지는 지난 1월 3일 내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하여 “마리브주의 다르 알-하디스 종교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80명의 불법 체류 외국인 학생들이 곧 추방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주간지인 알 와히다도 예멘당국이 1월 2일 다르 알-하디스 종교학교에서 수학중인 외국인 학생 46명을 연행, 테러조직과의 연계 가능성에 관해 조사했다고 전했다. 예멘 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과 연루된 혐의를 받는 불법 단체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할 때, 미국의 중동경제질서 재편, 다시 말하면 석유지배에 관한 재편은 이제 중동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미국-예멘 관계가 호전된다면, 걸프지역에서 석유 이권은 이란-이라크를 제외하면 미국의 수중으로 넘어 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동에서 미국의 최대 전략목표는 이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를 수단으로 하여 이란과 이라크에 집중될 것이다.

세계의 문명은 에너지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성장의 궤(軌)를 달리하여 왔다. 그러한 예는 일본의 역사적 경험에서 살펴 볼 수 있다. 20세기 일본은 에너지 안보문제에 관하여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훨씬 큰 비중을 두어왔다. 석유의 안정적 확보는 1930년대 당시 석유의 60%이상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던 일본의 아시아 지배와 태평양전쟁 당시 식민지 확장을 배경으로 발생한 우발적인 상황이상의 것이었다. 1941년 미국석유의 금수조치는 일본의 석유물량을 차단시켰고, 이 사건은 진주만 공격(攻擊)으로 이어졌다. 일본의 에너지 안보에 대한 접근은 역사적 경험, 즉 1930년대와 1940년대 제국주의 확장기간 동안의 경험 보다 최근 1973-74년과 1979-80년의 석유위기 기간의 희생자로서 경험에 의해 형성된 세계관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의 세계도 에너지 자원확보를 위한 각축이 선진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아프간 공격도 석유자원의 확보를 위한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될 수 있다. 그 배경은 중국의 에너지 정책에서도 찾아 볼 수 있으며, ‘에너지 비단길’, 특히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중국의 관심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향후 아시아에서 미․중의 에너지 시장 쟁탈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이제 가시화(可視化)되고 있다. 이미 제3군 사령부가 이라크와 인접한 카타르로 이동하여 2만명 이상의 대규모 병력이 카타르와 쿠웨이트에 증파되었다. 대 테러전선에 파견되는 일부 다국적군 병력도 아프간이 아니라 중동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 병력 400명도 쿠웨이트내 미군기지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프간 공격이 빈 라덴을 수단으로 행해졌다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 이라크 공격도 이-팔 사태나 이란을 수단으로 전개될 양상이 짙다. 빈 라덴을 잡기 위해 카불을 선제 공격했듯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해 이란을 선제 공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무엇 보다 중요한 사실은 향후 이-팔 사태가 세계의 관심사로 다시 떠오르더라도 미국의 관심은 역시 중동, 특히 걸프지역의 석유를 염두에 두고 사건을 처리하려 할 것이라는 점이다. 부시 미행정부는 걸프전 당시 주역들을 포함하고 있기에 중동문제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전문가들이 많으며, 걸프전에서 못다 이룬 성과를 매듭지으려 노력할 것이다. 또한 부시 대통령 자신도 석유회사를 직접 경영한 경험이 있고, 이란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Halliburton사는 체니 부통령이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던 회사이다. 따라서 석유문제와 관련된 중동사태를 그 어느 정권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현재 미국 행정부의 중동정책은 중동정세를 용의주도(用意周到)하게 분석한 뒤 실행(實行)에 옮겨질 것이다.

(02/01/19)

* 본 내용은 [석유협회보]. 2002년 1-2월호. 서울: 대한석유협회 에 게재된 글이기에 인용은 동 협회의 규칙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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