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경제학
홍성민(중동경제연구소장)
이슬람경제라는 용어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렇다! 이슬람경제는 확실히 한국경제나 유럽경제라는 말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경제는 분명히 한국이라고 하는 한 국가의 경제를 말하는 것이며, 유럽경제는 유럽 공동체의 경제 또는 경제권을 의미한다. 이 경우 경제라는 의미는 대부분 자본주의라는 틀 속에서 운용되는 경제를 말한다.
하지만 이슬람경제는 자본주의 경제도 아니고, 사회주의 경제도 아닌 제3의 경제를 말한다. 이슬람(Islam)은 코란과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Hadith)가 교리이며, 신앙의 기본인 종교이다. 이슬람은 무슬림(이슬람교도)들에게 일종의 종교세에 해당하는 자카트를 의무화하고 투기를 하지 말며, 이자(利子)를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르침에 대해 평범한 무슬림들은 그렇게 하면 경제에 무엇이 일어나고, 또 어떻게 일어나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을 제시해주는 것이 이슬람경제이고, 이것을 현대경제학과 연계시켜 보려는 의도가 이슬람경제학이다.
따라서 이슬람 경제학은, ‘무슬림의 행위에 관한 연구’임에 틀림없으며, 실증적이라기 보다는 규범적인 학문이다. 이슬람 경제학은 또한 “신, 즉 알라와 이슬람의 성법(聖法)인 샤리아(Shariah)라는 법적 테두리내에서 이슬람적 사고와 그것의 틀에 바탕을 둔 그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학문체계”라 볼 수 있다. 이슬람은 종교사회와 세속사회간의 갈등을 조화시키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그들 나름대로의 이론을 서구경제학, 특히 자본주의 경제와 접목시켜보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물론 여러 형태의 다양한 접근방법이 제시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뚜렷한 대안(代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이슬람경제학의 가장 큰 발전가운데 하나가 무이자은행(interest-free banking)이라 볼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에 길들여진 우리에겐 매우 생소한 용어이기는 하지만 현재 150개 이상의 무이자은행이 이슬람권에서 운용되고 있고, 그 추세는 더욱 더 확대되고 있다.
무이자의 개념은 코란 제2장 “상업에 의한 이윤은 허락하고 있으나, 고리대금에 의한 이자(利子)는 금한다.”라는 알라의 계시에 기인하고 있다. 이슬람에서 말하는 고리(高利)란 ‘고율의 이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된 원금외에 부과되는 단1%의 이자’라도 고리가 된다. 물론 이러한 사상은 우리에게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나, 서양에서도 그리스, 로마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단1%의 이자 징수라도 죄악시하였다. 1754년 종교개혁이후부터 법정이자율이 발표되고, 이때부터 그 법정이자율 이상을 받는 이자가 고리대금으로 규정되었다. 이러한 사상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화폐불임설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화폐의 목적은 교환에 있는 것이지 식리(殖利)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아무튼 1970년대초 이슬람은행(Islamic banking)이 세계 금융가에 정적을 깨트리며 홀연히 출현하였다. 윤리적 가치를 갖는 이슬람은행의 개념이 알려졌을 때, 세계의 금융계는 하나의 유토피아적인 이상으로 취급하였다.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수세기 동안 살아온 그들은 윤리가 금융과 어떤 연관을 가질 수 있을까 반문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태도는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이슬람은행은 약 800억 달러의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 이슬람은행의 고객은 무슬림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 미국 및 거리가 먼 타국가들에게로 확대되고 있다. 이슬람 가치체계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이슬람은행은 무슬림뿐만 아니라 비무슬림들로 부터도 재원을 확보한다. 현재 150개 이상의 이슬람 금융기관이 수천명의 직원들과 함께 전세계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또한 이슬람 방식으로 인정되는 금융기구에 대한 관심의 고조는 이슬람은행제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서구(西歐)를 포함하여 전통은행의 발전을 촉진하하고 있다.
이슬람은 ‘과거와 현재’, ‘전통과 개혁’, ‘보수와 혁신’이 한 덩어리인 문자 그대로 이슬람공동체(umma)이다. 과거의 전통과 율법을 현대의 경제체제에 접목시키려는 의도는 비록 미완성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좋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 구체적인 형태가 이슬람은행(Islamic banking)이며, 이슬람 자체의 포용성은 현대이론의 틀 속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틀을 모색하고 있다.
* 본 내용은 [매경Economy]. 제1124호.2001. 서울: 매일경제신문사에 게재된 글이기에 인용은 동 공사의 규칙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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