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경제 이야기  Topic of the Middle Eastern 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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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학으로서의 중동연구

The Study of the Middle East as an Area Studies

홍성민(중동경제연구소장, SM Opinion)

 

 

 

 지역연구는 피라밋속의 미로(迷路)를 찾아 나서는 자세로 출발해야한다. 지금까지의 중동지역연구는 진정한 지역학 연구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언어, 인문, 사회과학적인 초석을 다지기보다는 서구문헌에 의한 번역의 범람으로 지역학 연구에 있어서 방법론상 오류가 범해지기도 하였다.  

 

반적으로 Area Studies로 알려진, ‘지역연구’ 또는 ‘지역학’은 대부분 선진국에 의해 이루어졌다. 지역연구의 시원(始原)은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에서 그 목적을 찾을 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이미 18세기에 지역연구가 시작되었다. 미국은 비교적 지역연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후 커다란 관심을 보여 오늘날은 지역연구의 센터가 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개발경제학도 그 실상은 후진국 자체의 진정한 개발이라기보다는 선진국에 의한 후진국의 개발, 즉 선진국의 개발목적에 따른 개발에 주안점이 놓여졌고, 그 결과 후진국에서는 기형적 경제개발이 이루어졌다. 개항(開港)이후 한국경제의 개발도 일본의 식민지 경영에 필요한 개발이 이루어졌음은 좋은 예가 되고 있다.

근대적 의미에서 지역연구에 전혀 새로운 형태의 틀을 제공한 것은 제1, 2차 세계대전이었다. 세계 양차대전을 수행하면서 대규모 전쟁과 국제이해의 필요성이 전제가 된 국제관계의 수준에서 실시해온 지역연구로 발전하였으며, 그 이후 학문분야의 발전과 공조체제에 힘입어 발생한 학제적인 분위기를 수용하여 특정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의 수준에서 진행되는 현재의 지역연구로 발전하였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지역학의 체계적인 사용이 미국의 교전당사국 연구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이후 미국의 주도하에 조직적인 지역연구가 이루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중에 미군들은 일본어, 중국어 등 특수 외국어 프로그램의 훈련을 받았다. 전후에는 동서냉전이 격화되자 소련의 정치, 경제, 사회제도 등에 대한 학문적인 특수연구의 필요성이 고조되었다. 이에 카네기재단과 록펠러재단의 재정적인 지원으로 콜롬비아대학, 하버드대학에 러시아연구소가 개설되었다. 이러한 연구소의 조직과 연구자들의 실적은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연구모형을 제공했다. 1950년대 후반에는 포드재단에서 지역연구를 위해 많은 대학에 지원을 하였고, 이러한 형태로 발전한 지역학은 타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비록 국제관계의 이해속에서 진행되었지만, 1960-70년대에 접어들면서 학문적인 욕구는 충족되지 못했다. 이러한 영향은 인문과학은 물론 사회과학, 즉 역사학, 정치학, 사회학, 인류학, 인문지리학, 언어, 문학 등에 대한 학문분야를 개척하기에 이르렀다1).

미국에서 지역연구는 국가적 필요와 이해라는 동기에서 성립되었으며, 점차 이론적이고 학문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는 하더라도 이후의 발전과정 역시 기본적으로 이러한 목표들에 의해 지배되어왔다. 세계적 차원에 걸친 미국의 헤게모니 지배하에서 지역연구는 자국의 군대와 기업, 은행들이 세계 각 지역들, 특히 비서구 개발도상국들에 효율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유용성이라는 시각에 의해 우선적으로 지지되고 유지돼왔다(김경일, 편저, 1999: 43-44). 이러한 영향은 중동 지역연구에 있어서도 1950년대 코넬대학의 조지 렌크조의스키에 의한「세계문제에 있어서 중동(The Middle East in World Affairs, 1952)」라는 역작(力作)을 탄생시켰으며, 현재에도 중동연구에서는 텍스트처럼 취급되고 있다. 

사회과학(社會科學)의 목적은 인간사회의 무한한 부문들을 유한한 것으로 조작하여 보편적인 일반이론(一般理論)을 도출하는 데 있다. 따라서 사회과학은 경험적 자료의 추상화(抽象化) 과정에서 특수하고 개별적인 것을 등한시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연구는 바로 이 특수하고 개별적인 것을 조사하는 것이며, 이를 통하여 일반이론에서 범할 수 있는 오류(誤謬)를 최소화하고 일반성의 한계를 설정하는 데 그 학문적 의의(意義)가 있다. 보편타당한 일반이론을 정립하려하면서 특수성, 개별성을 배제한다면 이는 시공(時空)을 초월한 일반이론이 될 수 없다. 빈더(L. Binder)는 지역전문가의 자격요건으로서 언어구사 능력, 인문, 사회과학의 이론 습득기준 그리고 반드시 필요조건은 아니지만 지역내 거주기간 등을 들고 있다2)(중동아프리카연구원, 1988: 발간사). 따라서 중동경제학에 대한 연구도 상호관련 분야에 대한 학제간 교류가 선행되어야 한다.

1970년대 석유위기 이후 한국에서 활기를 띠기 시작한 중동지역학도 이제는 특수학문으로서의 자리를 굳힐 시기이다. 1990년대 중반이후 한국의 세계화(Globalization) 열풍이 지역연구에 커다란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화는 여행자유화로 연결되면서 낯선 외국의 문화가 우리에게 소개되면서 아랍-이슬람문화도 예외없이 우리에게 많이 소개되었다. 더욱이 IT산업의 급속한 확산은 인터넷상에서 중동의 많은 정보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오면서 서구에서의 지역학은 “전쟁과 지배를 위한 지역학에서 순수한 학문영역의 특수연구”로 변모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세계화는 다소 영어화(英語化) 쪽으로 집중되면서 중동 역시 서구화의 시각으로 소개되는 것이 다반사였다. 특히 9․11 미테러 참사이후 아랍에 대한 인식도 테러리즘과는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는 차원으로 변모하였다. 다시 말하면 한국에서의 지역학은 오히려 전쟁과 지배를 위한 19세기의 지역학으로 회귀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 결과 전문가 양성도 다시 언어 구사능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금까지의 중동지역연구는 진정한 지역학 연구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언어, 인문, 사회과학적인 초석을 다지기보다는 서구문헌에 의한 번역의 범람으로 지역학 연구에 있어서 방법론상 오류가 범해지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경우는 새뮤얼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의「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의 인용에서 나타나듯이, 인구증가에 따른 이슬람 부활, 이슬람과 전투성간의 연관성, 이슬람권과 비이슬람권의 분쟁비화 가능성 등 ‘이슬람의 호전성’이 여과없이 부각됨으로써 중동의 이해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3). 더욱이 이라크전쟁을 십자군전쟁과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때 아닌 종교간 갈등의 원인을 조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혼선에도 불구하고, 세계화의 영향은 지역학 연구에 큰 초석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서구화건 영어화건 간에 수많은 정보와 연구업적물의 발간은 그간 축적돼 온 지역학 연구의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체계화하는 과정은 아직 미숙하다고박에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보다 적합한 방법론이나 응용사례들이 한국적 현실에 맞게 해석되고 활용되는 접근법이 새롭게 도입되어야 할 시점이다.

중동지역의 연구도 객관적 입장에서 중동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기법이 동원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업적보다는 현실적인 합목적성에 의해 연구돼온 경향이 짙다. 그동안 연구대상 국가의 한정성과 연구분야의 편중성이 이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연구대상이 경제부국이나 분쟁당사국 등 이해관계국들에게 치중되어 온 점에 기인한다. 석유문제나 분쟁당사국연구에서 탈피하여 보다 심층적인 지역적 분석과 국가별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점이 21세기를 맞이하는 중동지역학이 추구해야할 과제이다4). 그러므로 중동경제학(中東經濟學)이라는 지역경제연구를 위해서는 특수이론으로서 일반이론에 접근하는 방법론과 자세로 그저 서구경제학에 의존하여 통계수치를 비교․분석하는 방법에서 탈피한 중동경제의 본질적인 이해에 더욱 더 연구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각주>

1)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정부의 지원에 의해서 지역연구를 지원하는 American Council of Learned Societies, National Research Council, Social Science Research Council 등과 같은 연구위원회들이 결성되었다. 현재 미국의 지역연구는 사회과학연구협의회(SSRC)와 학술단체협의회(ACLS)가 공동으로 구성하는 아프리카, 중국, 동유럽, 일본, 한국, 라틴아메리카, 중근동,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서유럽 등 10개의 지역연구소위원회들이 있고, 포드재단을 비롯한 10여개의 지원재단들이 이 위원회들에게 기금을 위탁하여 지역연구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에 관해서는, 김 인, 1993, “지역학연구 시론”. 「지역학연구의 과제와 방법」, ‘93 한국외대 대학원 정기학술제 논문 (서울: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3-5 쪽 참조.  

2) 반면에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는 1944년 미국무성의 위촉으로 연구한「국화와 칼」이라는 저서에서 “저자 자신은 일본을 방문한 적이 단 한번도 없지만, 학문연구에서 그 대상을 직접 목격하지 않는 쪽이 오히려 엄밀할 수 도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화관람에 있어서도 “자신의 시각이 아니라 일본인의 시각에서 보는 일본인들과 함께 세밀한 검토를 하였다. 김윤식, 오인석 옮김, 1993. 「국화와 칼」, (서울: 을유문화사), 13쪽.

3) 예를 들면, “이슬람교도가 연루된 분쟁은 희생자를 많이 내는 경향이 있다. --- 이슬람교도는 그 어떤 문명 집단보다도 전쟁을 많이 벌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 이슬람교도에게 폭력분쟁으로 치닫는 성향이 높다는 것은 이슬람국가들의 군사화 정도에서 엿 볼수 있다.” 등등의 표현이다(새무얼 헌팅턴, 이희재 옮김: 349-351). 이 부분에 관해서는 이희재 옮김, 2001,「문명의 충돌」, (서울: 김영사), 143-157, 333-341 및 345-361쪽 참조.

4) 일본의 경우, 인문학을 중심으로 학자, 여행가, 방송국 해설위원, 신문기자, 기업가, 의사, 요리사 등의 중동지역 전문가들이 각종 학회에 참석하여 지역연구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중동연구는 지나치게 언어나 사회과학, 특히 정치학 위주의 학자중심의 학술대회적 성격이 강한 것이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이 한국의 중동지역학 연구에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 인용(引用): 홍성민, 2009, Hecono-txt1, 서울: 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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