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경제 이야기  Topic of the Middle Eastern 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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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중동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

홍성민(중동경제연구소장, SM Opinion)

 

 

 

 

광장의 잘 조화된 정원과 시원한 분수대는 아야소피아 성당의 아름다움을 한결 더 돋보이게 한다.

 

 

터키의 이스탄불은 가는 곳마다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고장이다. 바라보는 각도마다 펼쳐지는 풍경마다 한 폭의 풍경화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휴식과 함께 생각에 빠지는 이유도 타임머신(time machine)과도 같은 신비함을 맛보기위해서 일 것이다. 고고학박물관의 미라가 호기심을 자아내고 예레바탄 사라이의 메두사가 신기하기만 하다. 불루모스크의 웅장함과 아야소피아 성당의 화려한 마리아상의 신비로움이 비로 타임머신이다.

술탄아흐멧모스크를 돌아 나와 시원한 분수대앞에서 바라보는 색 바랜 붉은 벽의 하기아소피아는 그 자체가 하나의 백과사전이며 그래서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의 함축된 박물관(Müzesi)이다. 그 해답은 단순하다. 사원을 아름답게 건축한 선조들의 노력이 긴 세월동안 보태진 것이 역사이고, 후손들은 열심히 그 파편들을 모아 소중히 보관한 것이 오늘날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동기(動機)이다. 단순히 귀중한 유산(遺産)을 수집한 것이 아니고 그 유산을 먼 훗날까지 연결시키겠다는 생각이 이스탄불의 정신(精神)인 것 같다. 선조들의 땀 흘린 노력을 헛되지 않게 기리고 연결하려는 현세대의 노력이 그 아름다운 조화를 일궈낸 것이다. 필요(必要)없다고 버린 것이 아니라 긴 역사에서 어쩔 수 없는 변화(變化)속에서 잃어버린 역사(歷史)의 흔적을 찾아낸 것이 오늘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게 된 것이다.

더위에 지친 몸을 잠시 의지하려 앉은 공원벤치에서 상념(想念)에 잠겼다. 중동경제를 연구하고 이슬람경제를 이해한다고 낯선 지역과 역사, 문화를 찾아 헤맸건만 별로 찾은 게 없다. 광장에 자리잡은 공원벤치에서 바라보는 소피아사원은 그 함축적 의미보다는 자연경관과 잘 어울리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난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시원하게 내뿜는 분수대를 바라보면서 주변의 나무와 꽃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우리주변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나이 먹은 플라타너스, 귀공자 같은 주목, 선비의 아름다운 배롱나무들과 일년생 화초들은 우리의 그것과 다를 바 없지만, 오래된 건물과 어우러진 초목의 배치며 색깔의 조화가 아름다운 영화를 한편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소중한 건물이라고 한군데 모여 있다고 역사가 아니요, 아름다운 꽃과 나무라고 그저 숲을 이룰 정도로 많이 심어졌다고 조경(造景)이 아니며 정원 또한 아니다. 적당한 조화와 배치 그리고 균형이 이루어 낸 것이 그 아름다움이고,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자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역사와 인간 그리고 자연을 함께 묶어 호흡하게 된 동기이다. 아주 단순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아온 것이 그 동안 중동연구에서 오류(誤謬)였음을 인정하는 순간! 그저 부끄러운 마음만 들 뿐이었다.

이 점이 중동연구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다. 슬픈 역사라고 숨긴다고 가려지는 게 오늘이 아니다. 발달한 과학문명은 수만전 인간도 DNA 분석을 통해 모든 비밀과 베일을 베껴내고 있다. 지금까지 역사가 미스테리라면, 21세기 이후의 역사는 고대의 타임머신을 해석하여 새로운 미래의 타임머신을 만들어야한다. 넓다고 생각한 지구가 한 가족이 되어 글로벌화(Globalization)되었다. 지구촌 어디든 기쁨과 슬픔이 순식간에 전해지며, 서로 모르던 문화(文化)도 TV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알려진다. 신(神)에 원하지 않더라도 매사의 행동이 일일이 체크되는 현대문명속에서 인간은 다시 신(神)을 찾아서 외계(外界)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렇기에 중동연구도 이제 단순한 지역학 차원을 넘어 학제간뿐만 아니라 국가간의 광범위한 형태로 전개되어야한다.

지역학 자체는 슬픈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 지역학 속에서도 중동경제! 항상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의 연구는 그리 쉽지 않다. 그 가운데서도 연구방법과 목적을 설정하는 일이란 한국의 입장에선 더욱 어렵다. 내 연구도 자연히 중동의 산유부국, 걸프만에 집중되었고, 현실적인 석유(oil) 문제나, 현안문제인 물(water) 또는 식량(food)에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다. 진정한 중동경제를 연구하기 위해선 본질적인 중동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나는 긴 시간 허송세월을 한 셈이다. 미시적인 것에 대한 매력이 거시적인 조화를 놓쳐버린 것이다. 그저 아름다운 꽃과 나무에 매료되어 아름다워야 할 정원을 그저 볼품없는 숲으로 바꿔버린 우(愚)를 범하고 만 것이다.

이제 갈 길이 더 바빠졌다. 중동경제도 숲만 가꾸는 게 아니라 조화로운 정원으로 꾸며서 타임머신속의 한 조각 부품을 완성해야 한다. 그래서 선사시대(先史時代)의 삶도 알아야 하고, 이집트나 페르세폴리스에 있는 벽화에서 인간교류, 즉 교역의 역사도 더 익혀야 한다. 아울러 실크로드(Silk Road)로 이어지는 동서간 교역의 뿌리도 찾아 페르시아-아라비아 상인의 정신을 더 연구해야한다. 현대 교역의 뿌리는 바로 중동에 있고, 메소포타미아지역에서 진행형인 테러와의 전쟁도 그 원천(源泉)을 더 캐내야 한다. 세계의 모든 종교가 이곳에서 나왔을 정도로 정신적 유산이 풍부한 지역도 바로 중동이다.

한줄기 땀을 식히며 지나온 과거를 되돌아보는 순간! 비둘기 한 마리가 훌쩍 날아가 버린다. 다시 만나리라는 기약없이 헤어졌지만 비둘기는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고 나또한 이곳이 그리워 다시 이곳을 찾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코 잊지 못할 것은 이곳의 아름다움과 코끝으로 슬며시 들어와 마음속에 진한 흔적으로 남은 신선한 공기일 것이다. 그 신선한 공기를 내 연구에 불어넣어야 한다니 발길이 더욱 무겁기만 하다. 그동안 사막에서 삽질이나 하며 허송세월을 한 중동연구, 이제 진정한 금맥(金脈)을 찾아 나서야 한다. 지역학은 슬픈 역사를 가졌지만, 중동경제는 우리에게 복지와 행복(幸福)을 가져다주는 이로운 학문임에 틀림없다.(09/07/21)      

* 인용(引用): 홍성민, 2009, Hecono-txt, 서울: 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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